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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전통놀이 윷놀이의 일상성 소멸 과정 분석

📑 목차

    윷놀이는 왜 설날 놀이로만 기억되는가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로서 윷놀이를 다시 질문하다

    오늘날 윷놀이는 설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전통놀이로 인식됩니다. 텔레비전 화면 속 설날 풍경, 교과서의 세시풍속 단원, 공공기관의 명절 행사에서 윷놀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는 윷놀이의 역사 전체를 반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윷놀이는 본래의 다양한 놀이 시기와 공간, 사회적 기능이 삭제된 채 특정 시점에 고정된 전통놀이에 가깝습니다.

    윷놀이는 현재에도 널리 알려진 놀이이지만, 실제로는 놀이가 행해지던 시간·공간·사회적 기능의 상당 부분이 소실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윷놀이는 ‘사라진 놀이’라기보다, 본래의 모습이 축소·단순화된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윷놀이의 현재 모습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문헌과 민속 기록을 통해 단계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잊혀져가는 전통놀이 윷놀이의 일상성 소멸 과정 분석

    문헌 속 윷놀이 : 명절 이전의 일상적 놀이

    조선시대 문헌에서 윷놀이는 반드시 설날에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는 윷놀이를 세시풍속 항목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이는 대표적인 시기 중 하나를 기록한 것에 가깝습니다. 민속학자 손진태, 김태곤 등의 연구에 따르면 윷놀이는 농한기 전반에 걸쳐 행해졌으며, 특히 겨울철 마을 공동체의 대표적인 여가 활동이었습니다.

    『한국민속대관』과 『한국민속놀이사전』에는 윷놀이가 정초뿐 아니라 정월 대보름 전후, 농사일이 뜸한 시기, 마을 잔치나 공동 노동 이후에 자주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확인됩니다. 이러한 기록은 윷놀이가 ‘명절용 놀이’로 기획되기 이전, 생활 주기의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던 놀이였음을 보여줍니다. 즉 윷놀이는 특정 시점에만 하는 놀이가 아니라, 농경 사회의 여가 구조 안에 안정적으로 포함되어 있던 활동이었습니다. 이 점은 윷놀이가 단절된 이유를 단순한 세대 변화가 아닌, 생활 구조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게 합니다. 이는 윷놀이가 특정 의례일에만 국한된 놀이가 아니라, 계절과 노동 주기에 맞추어 반복되던 일상 생활 속 놀이였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러한 기록 역시 윷놀이의 전체 모습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세시풍속 관련 문헌은 특정 시기의 대표적 풍습을 정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반복되던 놀이 활동은 상대적으로 축약되거나 생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윷놀이는 실제보다 명절 중심의 놀이로 인식되었고, 이러한 기록 방식 자체가 놀이의 기억을 한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상적 반복성에도 불구하고, 윷놀이는 기록의 초점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었습니다.

    이는 놀이의 빈도나 중요도가 낮아서가 아니라, 생활 속에 너무 깊이 포함되어 ‘기록할 가치가 없는 일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윷놀이는 실제 전승 범위에 비해 문헌 속에서는 축소된 모습으로 남게 되었고, 이 점에서 이미 잊혀져가는 전통놀이의 성격을 띠게 됩니다.

    이 시기 윷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팀 구성, 차례 결정, 말 이동에 대한 해석 과정은 자연스럽게 협상과 합의를 요구했고, 이러한 구조는 마을 생활의 규범을 놀이 속에서 반복 학습하게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은 오늘날 거의 기억되지 않으며, 이 점에서 윷놀이는 이미 잊혀져가는 전통놀이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날 말고도 윷놀이가 행해졌던 장소와 사회적 공간

    윷놀이가 이루어진 공간 역시 설날 이미지와는 다소 다릅니다. 문헌과 민속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윷놀이는 주로 마을 마당, 사랑방, 주막 인근, 논두렁 옆 쉼터 등 일상 공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는 윷놀이가 특별한 장소나 의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놀이였음을 의미합니다.

    특히 남성 중심의 사랑방 문화에서는 윷놀이가 장기, 바둑과 함께 대표적인 실내 놀이로 기능했습니다. 『조선후기 생활사 연구』에서는 윷놀이가 밤 시간대 여가 활동으로 자주 언급되며, 술자리와 결합되기도 했음을 지적합니다. 이 경우 윷놀이는 오락성과 사행성의 경계에 놓인 놀이로 인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 윷판의 형태와 규칙이 달랐으며, 이는 윷놀이가 고정된 규칙을 가진 놀이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조정되는 유연한 놀이였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공간적 유연성은 놀이의 생명력을 높였지만, 역설적으로 기록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특정 장소나 의례에 귀속되지 않은 놀이는 문헌 기록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윷놀이는 널리 행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제 모습은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채 단편적 언급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문헌에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윷놀이의 일상적 실천 공간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이는 잊혀져가는 전통놀이가 기록 부족으로 어떻게 축소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근대화 이후 일상 놀이의 붕괴와 명절로의 집중

    윷놀이가 설날 놀이로 고정된 배경에는 근대 사회 구조 변화가 크게 작용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마을 공동체 기반의 놀이 문화를 급속히 해체했습니다. 노동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면서, 놀이가 자연스럽게 끼어들 여지는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공간들은 근대 이후 급격히 축소되거나 기능이 변했습니다. 마을 마당은 사유화되었고, 사랑방 문화는 핵가족화와 함께 사라졌으며, 주막과 같은 중간 휴식 공간도 도시 구조 속에서 소멸되었습니다. 놀이가 이루어지던 공간이 사라지자, 놀이 역시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잊혀져가는 전통놀이가 놀이 자체의 문제보다, 놀이를 담아내던 공간의 변화로 인해 소멸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근대 교육 제도 역시 전통놀이의 일상적 전승을 약화시켰습니다. 학교 교육은 놀이를 체육이나 행사로 분리했고, 전통놀이는 체계적 교육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윷놀이는 일상 놀이로서의 자리를 잃고, 민속 명절에 한정된 활동으로 재배치됩니다.

    이는 전통놀이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 현상입니다. 기록되지 않은 놀이, 제도권에서 밀려난 놀이는 사회 구조 변화에 가장 먼저 탈락합니다. 윷놀이는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일상성은 소멸되었고 설날이라는 상징적 시점에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윷놀이는 대표적인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국가와 미디어가 만든 ‘설날 윷놀이’의 이미지

    1970~1980년대 전통문화 정비 과정에서 윷놀이는 설날의 상징물로 강하게 고정됩니다. 정부 주도의 민속 문화 정책, 교과서 편찬, 방송 프로그램은 설날 풍경을 단순화된 이미지로 재현했고, 윷놀이는 그 중심에 놓였습니다. 윷놀이는 규칙이 단순하고, 도구가 명확하며,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쉬운 놀이였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국가 주도의 전통문화 정비 과정에서 ‘대표 이미지’로 활용되기에 적합한 조건이었습니다.

    반면, 지역별 변형이나 점복적 해석, 일상 놀이로서의 맥락은 표준화에 방해가 되는 요소로 간주되어 의도적으로 배제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윷놀이는 살아남았지만, 그 살아남음은 선택적 보존의 결과였으며, 이는 전통의 유지라기보다 전통의 재구성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윷놀이의 점복적 성격, 지역별 변형, 일상 놀이로서의 기능은 대부분 배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윷놀이는 ‘설날에 하는 놀이’라는 단일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전통놀이의 보존이 반드시 전통의 유지와 동일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놀이가 살아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본래의 맥락은 사라졌습니다. 이 점에서 윷놀이는 존재하지만 기능은 상실된 잊혀져가는 전통놀이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잊혀져가는 윷놀이를 다시 기록해야 하는 이유

    윷놀이를 다시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놀이를 되살리기 위함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윷놀이가 어떻게 일상에서 축소되고, 명절이라는 틀 안에 고정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는 다른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지금 필요한 기록은 ‘설날 놀이 윷놀이’가 아니라, 설날 이전과 이후의 윷놀이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행해졌는지를 구조적으로 정리할 때, 전통놀이는 비로소 생활사와 문화사의 자료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윷놀이를 하나의 명절 이벤트가 아닌,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로 다시 위치시키기 위한 기록입니다. 놀이가 사라진 방식까지 함께 기록할 때, 전통놀이는 과거의 추억이 아니라 분석 가능한 문화로 남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윷놀이는 단순한 민속놀이 사례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생활 문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축소되고 상징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분석 대상입니다.

    잊혀져가는 전통놀이를 기록하는 작업은 과거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라진 문화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학술적 정리 과정입니다. 윷놀이에 대한 이러한 기록이 축적될수록, 전통놀이는 체험용 콘텐츠가 아닌 연구 가능한 생활 문화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러한 기록 방식은 윷놀이 하나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많은 잊혀져가는 전통놀이 역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특정 틀 속에 갇혀 축소된 형태로만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전통놀이를 기록하는 일은 놀이를 되살리는 작업이 아니라, 놀이가 어떤 사회적·공간적 조건 속에서 축소되고 상징화되었는지를 정리하는 문화사적 분석 작업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