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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전통놀이 지게 놀이

📑 목차

    지게놀이를 들여다보기

    우리에게 전통놀이는 흔히 윷놀이, 널뛰기, 팽이치기 등과 같이 명확한 놀이판과 규칙이 문헌에 기록된 형태로 이해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전통사회에서는 놀이와 노동, 도구의 사용이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생활에서 쓰이던 도구와 일상적 행위가 놀이적 맥락 속에서 활용되었음에도, 놀이로 인식되지 않아 기록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게를 이용한 행위 역시 이런 범주에 속하며, 그 속에는 놀이적 요소가 내재된 잊혀진 전통놀이의 성격이 존재합니다.

    지게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생활 필수 도구였습니다. 농업 생산, 물자 운반, 물·나무·곡식 운송 등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던 이 도구는 그 자체로 기술과 힘의 발현이 요구되었습니다. 이처럼 도구 본연의 기능을 넘어, 지게를 매개로 한 신체적 상호작용은 놀이적 성격을 띠게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전통놀이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조선시대 일상 속에서 반복·모방·상호작용의 구조를 지녔던 행위들을 잊혀진 전통놀이의 관점에서 재해석합니다. 이 글은 지게 타기·지게 몰기 놀이를 중심으로, 어떻게 노동 도구가 놀이적 상호작용으로 전용되었는지를 잊혀진 전통놀이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잊혀진 전통놀이 지게 놀이
    민속사전 출처

    지게는 도구와 삶의 연결

    지게는 조선시대 농촌 생활의 핵심 운반 도구였습니다. 지게의 보급은 상수도나 기계식 운반 수단이 없던 시기, 농민과 주민이 물·나무·곡식·생필품 등을 장거리로 옮기기 위한 필수적 도구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품 이동을 넘어 사람과 자연환경 사이에서 체력과 균형감각을 필요로 하는 생활 기술로 기능했습니다. 충청남도 논산지역의 ‘물지게’ 기록은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 공동우물이나 마을 공동수도에서 물을 길어 나르는 데 지게가 요긴하게 쓰였음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남녀 구분 없이 사용되었다는 점은 지게가 공동체의 생활 기반 도구였음을 말해 줍니다.

    지게는 단순한 운반 도구를 넘어 사람의 신체적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는 도구였습니다. 이를 부담 없이 말놀이처럼 흉내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이 놀이로서 기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게 사용이 생활의 일부로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놀이적 행위는 일상과 분리되지 않는 순간 놀이로서의 명명 자체가 사라집니다. 

    지게놀이 사례로 본 잊혀진 전통놀이

    지게 타기와 지게 몰기 행위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놀이로 기능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입니다. 공주 선학리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을 피해 입향한 주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된 산간 마을로, 농사와 땔나무 운반에서 지게가 생활의 핵심 도구로 사용되었던 지역입니다. 이러한 생활 환경 속에서 지게를 지고 이동해야 하는 고된 농사 노동을 보다 즐겁게 수행하기 위한 방식으로 지게놀이가 형성되었으며, 이는 노동형 잊혀진 전통놀이의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는 농사일의 주축을 담당했던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전승되었으며, 놀이의 목적은 경쟁보다는 협동과 흥의 공유에 있었습니다. 지게를 활용한 놀이들은 지게상여놀이, 지게풍장, 지게걸음마, 작대기걸음마, 지게썰매, 지게장단노래, 지게지네발놀이, 지게힘자랑, 지게호미끌기, 지게꽃나비, 작대기싸움, 지게·작대기꼬누기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구성은 지게가 단순한 운반 도구를 넘어 놀이 도구로 적극 전용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특히 지게상여놀이나 지게풍장과 같은 놀이는 장례·풍물·의례적 요소를 결합한 형태로, 놀이와 의례, 노동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던 전통사회의 특징을 잘 드러냅니다. 지게걸음마나 작대기걸음마는 균형 감각과 신체 능력을 시험하는 놀이였으며, 지게썰매는 겨울철 얼음판이라는 환경적 조건을 활용한 계절 놀이였습니다. 이처럼 선학리 지게놀이는 계절, 노동 주기, 공동체 행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지게힘자랑이나 지게지네발놀이는 청장년 남성의 신체 능력과 협동을 시험하는 놀이로 기능했으며, 두레 조직과 결합되어 공동체 구성원의 위계와 역할을 확인하는 기능도 수행했습니다. 이는 놀이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장치였음을 보여 주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놀이들은 공식적인 전통놀이 목록에서는 오랫동안 제외되어 왔으며, 결과적으로 잊혀진 전통놀이로 분류되었습니다.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는 한때 전승이 중단되었으나, 2000년 한국민속예술축제 출연을 계기로 복원되었고, 충청남도 대표로 출전해 장려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 2004년 4월 10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제37호로 지정되면서 제도적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마을 노인층을 중심으로 보존회가 조직되어 전승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잊혀진 전통놀이가 어떻게 다시 ‘놀이’로 인정받는가를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지게놀이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놀이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과 인식에서 배제되었을 뿐임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는 노동형 잊혀진 전통놀이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실증적 사례이며, 지게 타기와 지게 몰기 행위를 놀이의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아이들의 모방 놀이의 형성 구조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하며 놀이를 형성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종종 어른들의 노동을 모방하는 놀이 행위가 나타났습니다. 지게 역시 이러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조선 후기 지방 문화의 실태를 보여 주는 여러 생활사 기록과 구전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은 종종 실제 운반 작업을 흉내 냈습니다. 지게에 작은 물건을 올리고 집 주변을 걸어 다니거나 서로 번갈아 지게를 메며 “누가 더 잘 나르나”와 같은 놀이적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때의 경쟁은 노동 생산성의 기준이 아니라 순발력·균형·스피드를 비교하는 놀이적 상호작용으로 기능했습니다.

    이처럼 어른의 노동 행위를 놀이로 변용한 사례는 한국 전통놀이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됩니다. 놀이란 규칙과 승패의 구조를 갖출 뿐 아니라, 반복·도전·상호작용이라는 특성이 존재할 때 놀이적 성격을 갖습니다. 지게 타기·지게 몰기 놀이 역시 이러한 조건을 충족합니다. 그러나 놀이로서 기록되지 못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진 전통놀이로 남았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지게 타기·지게 몰기 행위를 잊혀진 전통놀이의 전형적인 조건으로 분류할 수 있게 합니다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

    경상북도 울진의 한 문화 자료는 ‘십이령바지게꾼놀이’에 대해 전합니다. 이 놀이 명칭은 지금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바지게(지게의 지역적 명칭)를 이고 장시(場市)를 오가며 판매하던 보부상들의 길 위 생활과 놀이적 상호작용을 담고 있습니다. 십이령바지게꾼은 십이령 12고개를 넘어 여러 장을 보기 위해 200리(약 80km)를 수일에 걸쳐 이동했던 존재입니다. 이 과정에서 날이 저물면 주막에서 숙박하며 술을 마시고 오락을 즐겼으며, 도박·놀이적 오락행위가 함께 이루어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 사례는 지게가 단순 운반 도구를 넘어 사람들의 여가적 상호작용과 놀이적 공동체 연대의 매개체로 작동했음을 보여 줍니다. 바지게꾼의 길은 노동이었지만, 그 길 위에서 형성된 상호작용은 치열한 노동과는 다른 놀이적 감각을 생성했습니다. 이처럼 노동의 연장선상에서 예측·조율·반복·대화의 요소가 결합된 상호작용이 바로 잊혀진 전통놀이의 구조입니다. 지게를 둘러싼 이러한 상호작용은 기록되지 않은 생활형 잊혀진 전통놀이의 한 사례입니다.

    지게놀이를 통제한 이유

    지게 타기·지게 몰기 놀이가 기록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위험성으로 인해 통제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게는 본래 무거운 짐을 싣기 위한 도구이므로, 이를 흉내 내는 행동은 부상 위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에서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이런 행동을 억제하고, 놀이로 표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릴적 동네 오빠들이 지게를 지고 어른들 흉내를 내며 놀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오랜시간은 아니었고 잠깐씩 어른들 몰래 하는 놀이었습니다. 

    놀이 자체가 ‘부적절한 행위’로 해석되면, 기록자는 이를 놀이로 설명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대신 도덕적 평가나 경계의 문장으로 남겼습니다. 이런 관점의 기록 구조는 놀이적 행위를 놀이로 인식하지 않는 구조적 억제를 만들어냈으며, 지게와 관련된 놀이 행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역사문헌에 남지 못했습니다. 

    왜 지게 놀이는 잊혀진 전통놀이가 되었는가

    지게 타기·지게 몰기는 노동 도구로서의 사용과 놀이적 사용이 경계 없이 겹쳐진 사례입니다. 노동 도구가 놀이적 맥락에서 전용될 때, 규칙은 고정되지 않고 상황·공간·참여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는 많은 자율 놀이형 잊혀진 전통놀이가 갖는 공통점입니다. 규칙 중심 놀이가 아니라 상호작용과 반복의 과정 중심 놀이는 기록에서 쉽게 누락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 자료로 남지 못했습니다.

    기록자에게 놀이로서의 명명과 고정된 규칙의 제공은 필수적 요소였습니다. 지게 타기·지게 몰기처럼 규칙보다는 체험적 상호작용이 중요한 놀이적 행위는 문헌 기록의 범주 대상이 되지 못했으며, 때문에 잊혀진 놀이로서만 남게 되었습니다.

    지게놀이를 정리

    공주 선학리 지게놀이 사례는 잊혀진 전통놀이가 단순히 사라진 놀이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 줍니다. 지게놀이는 한때 공동체 안에서 반복적으로 행해졌고, 노동을 완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로 기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전통놀이의 범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는 놀이의 부재가 아니라 기록과 인식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지게놀이가 오늘날 잊혀진 전통놀이로 분류되는 이유는 그 놀이성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니라, 경쟁·승패·규칙 중심의 놀이만을 기록해 온 전통적인 인식 구조 때문입니다. 노동과 결합된 놀이, 이동과 결합된 놀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놀이들은 제도화되지 못했고, 그 결과 놀이가 아닌 ‘생활 행위’로만 인식되었습니다.

    잊혀진 전통놀이를 다시 바라본다는 것은, 놀이의 범위를 확장하고 기록의 기준을 성찰하는 일입니다. 지게놀이는 전통놀이가 반드시 판 위에서만 이루어졌던 것이 아님을 말해 줍니다. 잊혀진 전통놀이는 지금도 우리의 일상과 노동, 이동의 기억 속에 흔적으로 남아 있으며, 이제야 비로소 그 흔적을 찾아 기록되기 시작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