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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였지만 놀이로 기록되지 못한 줄다리기
우리 어린시절 초등학교 체육대회 혹은 운동회에서 줄다리기는 마무리를 장식하는 운동 종목이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들이 힘을 합쳐 자신의 팀이 이기도록 함께 힘껏 줄을 당기는 매우 신나고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잊혀진 전통놀이 가운데서 줄다리기는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전통사회에서 줄다리기는 단순한 경기나 체력 놀이가 아니라, 놀이·의례·주술이 혼합된 복합적 행위였습니다. 이 때문에 줄다리기는 오히려 놀이로서의 성격이 충분히 기록되지 못하고, 의례나 풍속의 일부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줄다리기는 놀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놀이로 기록되지 못한 ‘잊혀진 전통놀이’로 분류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줄다리기가 왜 다른 전통놀이와 달리 놀이로 명확히 인식되지 못했는지를 사료와 문헌 기록을 통해 분석하고, 잊혀진 전통놀이로서 줄다리기가 지닌 생활사적 의미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줄다리기의 기원과 사료 기록의 성격
잊혀진 전통놀이 줄다리기는 삼국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가진 놀이입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직접적으로 줄다리기를 언급한 기록은 많지 않지만, 집단 대항 놀이와 농경 주술 의례에 대한 기록을 통해 그 존재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시대에 이르러 확인됩니다. 줄다리기 놀이의 기원에 대한 직접적인 고대 문헌은 드물지만, 한국 고대부터 존재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간접 사료가 있습니다. 『삼국유사』에는 공동체가 특정 시기에 모여 대립하는 신명적 행위를 했다는 기술이 있으며, 이는 결속과 갈등 해소의 기능을 가진 놀이적 행위로 해석됩니다. 또한 『고려사』에는 고려 말·조선 초 지방 민속 행사의 일부로 집단적 줄다리기 양상을 유추할 수 있는 기술이 분산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료들은 줄다리기가 놀이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마을 단위 공동체 행사로서 구조화되어 있었음을 보여 줍니다.
『동국세시기』, 『열양세시기』, 『경도잡지』와 같은 세시풍속서에는 정월대보름이나 단오 무렵에 마을 단위로 대규모 줄다리기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동국세시기』는 정월대보름과 단오 풍속 중 줄다리기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기록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줄을 끌며 “풍년과 평안을 기원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승패 여부가 마을의 길흉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이는 줄다리기가 단순 운동 놀이가 아니라 사회적 의례적 의미를 띤 행사였음을 보여 줍니다.
『열양세시기』에서도 비슷한 맥락으로 줄다리기 풍속을 기술하며, 특히 줄다리기가 공동체 구성원 전원의 참여를 전제로 했음을 강조합니다. 이 문헌들에서 줄다리기는 ‘놀이’라는 표현보다는 풍속, 세시 행사, 농사 점복 행위로 분류됩니다. 이는 줄다리기가 즐거움 중심의 개인 놀이가 아니라, 마을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집단 행위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록 방식은 줄다리기를 잊혀진 전통놀이로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놀이의 규칙과 진행 방식보다, 그 결과가 의미하는 풍흉이나 길흉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입니다.
잊혀진 전통놀이 줄다리기의 구조와 놀이성
잊혀진 전통놀이로서 줄다리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놀이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 줄다리기는 단순히 힘의 대결이 아닙니다. 줄을 만드는 과정부터 놀이의 일부였습니다. 볏짚을 꼬아 거대한 줄을 만드는 일에는 마을 주민 다수가 참여했으며, 이 과정 자체가 공동 노동이자 놀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줄다리기의 대결 방식 또한 단순하지 않습니다. 동편과 서편, 남자 편과 여자 편,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뉘어 대결하는 방식은 사회적 관계와 공간 질서를 반영합니다. 승패는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집단의 협력과 호흡에 달려 있었으며, 이는 전통놀이가 개인 놀이보다 공동체 놀이에 가까웠음을 보여줍니다. 지방지와 민속조사 자료에서도 줄다리기는 놀이적 기능보다, 공동체 의례의 일부로 인식되었다는 언급이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일부 마을에서는 줄다리기를 농번기 이전에 시행하며, 농사의 풍년과 마을 단위의 화합을 기원하는 공동 노동과 연결했습니다. 이는 놀이의 반복성과 힘겨루기 요소가 단지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질서와 공동체 결속을 확인하는 도구로서 활용되었음을 보여 줍니다. 이러한 민속 기록은 줄다리기가 단순한 놀이가 아닌, 공동체의 기능을 수행하는 복합 문화였다는 점을 뒷받침합니다.
이처럼 명확한 규칙과 경쟁 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줄다리기는 ‘놀이’로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놀이의 결과가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풍년, 마을의 안녕, 공동체 결속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왜 줄다리기는 잊혀진 전통놀이가 되었는가
잊혀진 전통놀이 줄다리기가 현대 사회에서 놀이로 인식되지 못한 이유는 사회 구조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첫째, 대규모 공동체 기반 놀이였기 때문에 도시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체되었습니다. 둘째, 농경 사회를 전제로 한 주술적 의미가 약화되면서 놀이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셋째, 학교 교육과 제도권 체육 활동 속에서 줄다리기는 체력 경기로 단순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줄다리기의 놀이적 맥락은 사라지고, 행사나 경기라는 표피적 형태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는 많은 잊혀진 전통놀이가 겪은 공통된 소멸 경로입니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지 않는 놀이는 기록되지 못하고, 기록되지 않은 놀이는 빠르게 잊힙니다.
줄다리기와 유사한 집단 놀이가 동아시아 여러 지역에서도 확인됩니다. 일본의 ‘오츠나와라시(大綱引)’나 중국 남부 일부 농촌의 ‘당제(唐制) 줄다리기’는 마을 공동체 행사로 시행되었으며, 종종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제의적 기능이 결합된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러한 비교 사료는 줄다리기가 단지 한반도 전통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농경 공동체에서 의례적 성격과 놀이성을 동시에 가진 문화 유산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잊혀진 전통놀이 줄다리기와 현대 체육 경기의 차이
오늘날에도 줄다리기는 학교 체육대회나 단체 행사에서 자주 시행됩니다. 이로 인해 줄다리기가 여전히 살아 있는 전통놀이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행해지는 줄다리기는 전통적인 의미의 전승과는 다른 성격을 가집니다. 과거의 줄다리기는 특정 절기와 공동체 의례 속에서 시행되었으며, 놀이의 승패가 마을의 길흉이나 풍년과 연결되었습니다. 반면 현대의 줄다리기는 경기 규칙이 표준화된 신체 활동으로, 공동체 의례나 생활 리듬과는 분리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줄다리기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놀이로서의 의미가 단절된 채 형식만 남은 사례임을 보여 줍니다. 이 점에서 줄다리기는 여전히 행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잊혀진 전통놀이의 한 유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잊혀진 전통놀이로서 줄다리기를 다시 기록해야 하는 이유
잊혀진 전통놀이 줄다리기를 다시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문화 복원이나 재현이 아닙니다. 줄다리기는 전통사회가 놀이를 통해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고 갈등을 조정하던 방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승패가 공동체의 운명과 연결되었기 때문에, 놀이 과정에서는 규칙 준수와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줄다리기에 대한 다수의 사료는 그 놀이를 ‘행사적 장면’으로 묘사합니다. 이는 놀이의 전승을 위한 규칙 서술보다는 그 결과를 중심으로 기록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조선왕조실록』에는 줄다리기와 관련된 의례 장면이 종종 행사 보고의 일부로 등장하며, 놀이의 규칙 자체는 생략됩니다. 이러한 기록 방식은 놀이 문화의 핵심 구조가 문헌 속에서 빠르게 소실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즉, 줄다리기는 놀이적 구조를 기록으로 남기기 이전에 공동체 의례 장면으로 고착되면서, 놀이로서의 기능적 조건이 기록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냅니다.
이러한 구조는 현대 사회에서 점점 약화되고 있는 공동체 감각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줄다리기를 놀이로 다시 기록하는 작업은 전통사회를 미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놀이가 사회를 조직하는 하나의 장치였음을 밝히는 작업입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줄다리기는 전통놀이의 결과물만 남은 형태에 가깝습니다. 줄다리기를 놀이로 다시 기록하는 작업은, 앞으로 다른 전통놀이를 정리하는 기준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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