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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전통놀이 속 경쟁과 자유의 구조
우리 삶에서 놀이란 단순한 오락적 활동이 아니었습니다. 놀이의 구조가 경쟁적이냐 자율적이냐에 따라, 그 전승 방식과 사회적 존재감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특히 전통사회에서는 놀이가 공동체의 규범, 교육적 가치, 사회적 유대의 일부로 기능했으며, 경쟁 중심 놀이와 자율 놀이(비경쟁 놀이)는 전승 양상에서도 명확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 글은 경쟁 중심 놀이와 자율 놀이가 어떻게 전통사회에서 전승되었는지, 그리고 왜 경쟁 중심 놀이가 남고, 자율 놀이 중 많은 것이 잊혀진 전통놀이가 되었는지를 문헌·문화 사료와 놀이 이론을 결합해 분석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경쟁 중심 놀이와 자율 놀이의 전승 방식을 비교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잊혀진 전통놀이’라고 부르게 된 놀이들이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기록되지 못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전통놀이 이론으로 본 경쟁성과 자율성 ─ Caillois와 Huizinga의 분류
놀이 연구의 고전적 이론가인 Roger Caillois는 놀이를 여러 방식으로 분류했으며, 경쟁적 성격이 강한 놀이를 ‘Agôn’이라고 정의했습니다. Agôn은 능력과 기술을 겨루는 경쟁 요소를 핵심으로 하며, 승리와 패배가 명확한 구조를 지닙니다. 반대로 Paida(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놀이)는 규칙이나 승패보다는 즉흥적 활동을 중시하는 놀이를 말합니다.
Caillois는 놀이가 일상과 분리된 공간과 시간을 갖고 있으며, 경쟁은 체계적 규칙을 통해 기술과 실력을 겨루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구분은 오늘날 잊혀진 전통놀이가 어떤 유형의 놀이였는지를 해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기록과 제도 속에 남은 놀이는 대부분 경쟁 중심 구조를 갖고 있었던 반면, 자율 놀이의 성격이 강했던 놀이는 일상 속에서 소멸되며 잊혀진 전통놀이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놀이들은 규칙의 엄격함 때문에 시대와 세대를 넘어 전승되기 유리했습니다. 반면 자율적 놀이(paida)는 규칙이 명확하지 않고, 참가자의 자발적 상호작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구전 중심의 전승에 머물렀으며 문헌화가 쉽지 않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놀이 이론은 단순한 개념 구분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전통놀이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경쟁 중심 놀이가 규칙·승패·결과를 전제로 한다는 점은 곧 놀이가 “설명 가능한 대상”이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자율 놀이의 경우, 놀이의 핵심이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상호작용에 있었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고정된 형식으로 정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차이는 놀이가 학술 기록의 대상으로 선택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실제로 조선 후기의 세시풍속 기록이나 민속지 자료를 살펴보면, 승패가 명확한 놀이일수록 상세한 설명이 남아 있고, 자율 놀이일수록 간단한 언급이나 이름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자율 놀이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기록 체계가 그 성격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통놀이가 문헌에 남는 과정에서도 이런 분류는 그대로 반영됩니다. 경쟁적 구조가 뚜렷한 놀이는 규칙을 기록하고 체계화할 여지가 컸지만, 자율 놀이의 경우 ‘정의’나 ‘규칙’ 자체가 고착화되지 않아 문헌 기록이 덜 이루어졌습니다.
경쟁 중심 전통놀이의 전승 강점과 사회적 지위
전통사회에서 경쟁 중심 놀이는 여러 형태로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씨름·투호·윷놀이 등이 있으며, 이들은 놀이 규칙과 승패가 분명하여 공식 행사나 세시풍속과 연계가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놀이들은 기록의 대상이 되었고, 지속적으로 세대 간 전달되거나 재현이 쉬웠습니다.
사회적 통합 기능을 지닌 경쟁 놀이의 하나는 씨름입니다. 씨름은 단순한 힘겨루기뿐 아니라, 마을 단위 행사에서 승부를 겨루는 구조로 발전하면서 공동체 축제에 필수적이었고, 기록과 구전에서 함께 전승되었습니다.
경쟁 중심 놀이가 전승되는 다른 이유는 교육적 가치입니다. 경쟁적 놀이에서는 규칙 이해, 전략 수립, 상대 행동 예측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기술이 요구되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규범과 질서의 학습으로 이어졌고, 놀이가 지닌 사회적 기능을 문서화 혹은 구전으로 보존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경쟁 중심 놀이가 지속적으로 전승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놀이가 공동체의 질서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승부를 통해 강함과 약함, 우위와 열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구조는 공동체 내부의 역할 인식과 위계 질서를 자연스럽게 학습시키는 효과를 가졌습니다. 이러한 기능은 전통사회에서 놀이를 단순한 유희가 아닌 사회 질서의 축소판으로 인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경쟁 중심 놀이는 ‘가르칠 수 있는 놀이’, ‘보여줄 수 있는 놀이’로 분류되었고, 이는 곧 기록과 제도화로 이어졌습니다. 이 지점에서 경쟁 중심 놀이는 잊혀진 전통놀이가 되기보다는, 살아남아 재현되는 전통놀이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자율적인 전통놀이의 구조적 특징과 전승의 한계
반면 자율적인 전통놀이는 일정한 목적이나 승패로 이어지지 않는 놀이입니다. 예를 들어, 숨바꼭질, 공기놀이, 산가지놀이 등은 참여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풀어가는 놀이였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참여자의 창의성과 즉흥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었지만, 정형화된 문서 기록을 어렵게 했습니다. 자율 놀이가 잊혀진 전통놀이로 분류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규칙의 유동성
자율적인 전통놀이의 규칙은 마을, 세대, 참여 그룹에 따라 변했습니다. 이는 놀이를 정의하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었고, 특정 규칙이나 표준화된 형태로 문헌에 남기 힘들게 했습니다.
문서화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현실
전승 체계에서 공식적 문서화나 정부 주도 기록은 경쟁적 놀이나 세시풍속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자율 놀이처럼 비규칙적이고 상황 의존적인 놀이는 학자나 기록자가 놀이의 구조를 요약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활 환경 변화의 영향
자율 놀이 대부분은 공간·시간 조건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아이들이 넓은 마당이나 논밭에서 놀던 시절의 자율 놀이들은 도시화 이후 놀이터와 실내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자연 소재와 즉흥적 상호작용의 맥락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잊혀진 전통놀이가 되거나 제한적 형태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자율 놀이가 지닌 이러한 특성은 전통사회에서는 자연스러운 장점이었지만, 기록과 보존의 관점에서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놀이의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고, 참여자의 합의에 따라 즉석에서 규칙이 바뀌는 구조는 놀이를 하나의 고정된 대상으로 정의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율 놀이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 놀이”로 남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자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형태로 축소되었습니다. 이러한 전승 방식은 세대 간 연속성이 끊어지는 순간, 놀이 전체가 사라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많은 자율 놀이가 잊혀진 전통놀이로 분류되는 이유는, 놀이가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놀이를 설명할 언어와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규칙이 고정되지 않고 참여자 간 합의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율 놀이는, 제도화된 기록 체계에서 배제되기 쉬웠습니다.
이와 같은 측면은 현대 비공식 놀이 환경에서도 확인됩니다. 경쟁적 게임은 여전히 체육대회, 스포츠화, 또는 보드게임 형태로 남아 있지만, 즉흥성과 상상력이 중심인 놀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체험 행사로만 소비되면서 생활 놀이로서의 맥락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전승 체계의 관점에서 본 경쟁과 자율 놀이의 차이
전통놀이의 전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놀이가 어떤 방식으로 기록·전달·보존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쟁 중심 놀이의 전승 경로는 제도적 행사와 연계되어 명절·축제·마을 행사에서 반복됨으로써 공식 맥락 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규칙 정형화가 가능하여 승패 구조의 명확으로 문서화와 교육적 전달이 아주 용이하였습니다.
자율 놀이의 전승 경로는 구술 전승·현장 중심으로 경험과 상황에 의존하여 세대 간 직접적 체험에 의존하였습니다. 이는 환경 변화에 취약하여 놀이터·공간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곧 놀이 방식의 붕괴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승의 차이는 단지 기록 양의 문제만이 아니라 놀이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기능했는지의 차이를 보여줍니다. 경쟁적 놀이는 훈련과 규칙이 강조되므로 공동체 내 재생산 가치가 높게 평가되었고, 자율 놀이는 개별 경험 중심으로 남아 공식 기록보다는 기억 속 놀이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승 구조의 차이는 놀이 자체의 우열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놀이가 사회적으로 ‘정리 가능한 문화’로 인식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경쟁 중심 놀이는 제도와 결합하면서 기록되고 보존되었지만, 자율 놀이는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기에 오히려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이 점에서 잊혀진 전통놀이는 중요하지 않았던 놀이가 아니라, 너무 일상적이어서 기록되지 못한 놀이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전통놀이를 다시 바라보는 중요한 출발점이 됩니다.
잊혀진 전통놀이의 재조명
오늘날 자율 놀이가 잊혀진 전통놀이로 인식되는 현상은 단순한 놀이 소멸이 아닙니다. 놀이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생활환경과 체험 맥락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경쟁 중심 놀이가 조직화·규칙화되면서 전통놀이로 남았던 반면, 자율 놀이는 체험의 장 자체가 변하면서 문서화가 어려웠던 놀이의 본질을 잃었습니다.
따라서 자율 놀이를 다시 살펴보는 작업은 단지 놀이를 ‘복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 놀이가 어떤 사회적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생성·전승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며, 잊혀진 전통놀이가 왜 기록되지 않았는지를 밝히는 작업입니다.
경쟁 중심 놀이와 자율 놀이의 전승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놀이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사회 구조, 가치관, 생활 공간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문화 요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왜 어떤 놀이는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어떤 놀이는 잊혀진 전통놀이로 남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놀이의 가치가 아니라, 기록 가능성과 사회적 수용 방식이 전승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놀이 전승의 방향성 재검토
경쟁 중심 놀이와 자율 놀이의 전승 차이는 놀이가 사회적 규범과 기록 체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경쟁적 놀이가 공식 행사·문서·교육 속에서 전승된 반면, 자율 놀이는 생활적 현장에서 직접 경험으로만 남았고, 이는 곧 잊혀진 전통놀이로 전락하게 한 주요 원인이 되었습니다.
21세기 놀이 문화 연구는 이러한 전승 체계의 차이를 이해하고, 과거 놀이의 기능과 맥락을 기록하는 작업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놀이의 재현이 아니라, 놀이가 어떤 사회 구조 속에서 생겨났고 어떤 방식으로 전승되었는지를 되짚는 작업, 이것이 바로 잊혀진 전통놀이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경쟁 중심 놀이와 자율 놀이의 전승 차이를 분석하는 작업은, 단순히 놀이 유형을 나누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이는 어떤 문화가 기록되고, 어떤 문화가 잊혀지는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조건을 밝히는 작업입니다. 잊혀진 전통놀이는 사라진 놀이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놀이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잊혀진 전통놀이라고 부르는 많은 놀이는, 한때 너무도 일상적이어서 굳이 남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생활 문화였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자율 놀이를 포함한 전통놀이를 다시 기록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를 복원하기 위함이 아니라 미래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자료를 남기기 위함입니다. 놀이를 둘러싼 경쟁과 자율의 차이는, 곧 우리가 어떤 문화를 기억해 왔는지를 되묻는 질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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